현장

 

함께 풀어야 할 후꾸시마 오염수 문제

 

 

이헌석 李憲錫

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장. 공저 『탈핵』 『에너지 민주주의, 냉정과 열정 사이』 등이 있음.

greenreds@gmail.com

 

 

후꾸시마 핵발전소 인근 지역이 방사능에 오염된 지도 어느덧 8년째다. 일본정부가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검토한다는 보도나 태풍으로 오염토가 떠내려갔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이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우리 국민들의 걱정도 점점 커진다. 환경이 오염되는 것도 문제이지만, 당장 내 건강부터 염려하게 된다. 하지만 속 시원한 답을 찾기 어려운 현실이다. 현재 후꾸시마의 상황은 정확히 어떠한가, 그리고 사고는 어째서 잘 수습되지 않는가. 연이은 소식으로 불안감이 극도로 높아져 있는 지금, 이 글이 해결책 모색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후꾸시마 사고, 그 이후

 

2011년 3월, 일본 후꾸시마 핵발전소에서 사고가 일어났다. 제1핵발전소 1~4호기가 폭발하고, 특히 1~3호기에서는 원자로의 핵연료가 녹아내리는 멜트다운(meltdown)이 일어났다. 1986년 소련의 체르노빌 핵발전소에서 일어난 폭발사고 이후 최대 규모였다. 사고가 발생한 지 8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 후꾸시마 핵발전소는 수습되지 않았다. 발전소를 운영하던 토오꾜오전력은 삼사십년 일정으로 후꾸시마 핵발전소 수습계획을 제출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새로운 사건이 계속 터지면서 과연 수습이 가능하겠냐는 비관적인 질문이 이어지고 있다.

후꾸시마 핵발전소 내부는 고온·고압·고방사선 환경이다. 폭발이 일어나면서 각종 잔해도 건물 곳곳에 흩어져 있다. 따라서 사람의 접근이 어려워 내부 상황을 알기 힘든 ‘깜깜이 상태’가 상당히 오랫동안 계속됐다. 사고가 일어난 지 4년이 지난 2015년에야 처음으로 우주선(線)의 일종인 ‘뮤온(muon) 입자’를 이용해 원자로 내부의 핵연료 상태를 관찰했다. 투과력이 좋은 뮤온 입자는 우라늄처럼 무거운 물질을 만나면 휘어지는데, 마치 병원 엑스레이 같은 이 원리를 이용해 원자로 내부에 흩어진 핵연료를 관찰한 것이다. 그 결과, 사고로 핵연료가 거의 녹은 상태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전까지는 핵연료가 녹아 있으리라고 추정만 했을 뿐 실제 모습을 관찰하지는 못했다. 흐릿해서 무슨 형태인지 정확히 알아보기 힘든 질 낮은 해상도의 사진을 얻었지만, 핵연료가 녹아내린 모습만큼은 분명했다.

로봇이 내부로 들어가 핵연료를 촬영하는 데 성공한 것은 2018년의 일이다. 고방사선 환경에서는 반도체 칩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 또 복잡한 내부 구조와 폭발 잔해물도 문제였다. 굴지의 로봇 업체들이 도전을 거듭했지만, 모두 실패하다 7년 만에 성공한 것이다. 그리고 올해 2월, 길이 15미터짜리 로봇팔을 원자로 내부에 밀어넣고 로봇팔 끝에 달린 집게로 핵연료 덩어리를 살짝 들어 올리는 데 성공했다. 핵연료가 어떤 상태인지 모르기 때문에 살짝 들었다가 놓는 작업을 통해 핵연료 덩어리의 점도나 크기 등을 살펴본 것이다. 매우 간단해 보이지만, 이 작업을 위해 장비를 설치한 노동자들은 최대 0.68mSv(밀리시버트)의 피폭을 당했다. 일반인의 1년 피폭 한도가 1mSv임을 고려할 때, 한번의 작업으로 반년치 이상의 피폭을 당한 셈이다. 심지어 원격작업이었지만 주변이 워낙 고농도 오염지역이라 피폭을 피할 수 없었다. 토오꾜오전력은 이 작업을 통해 핵연료 중 일부가 점토질로 뭉쳐 있음을 확인 가능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 점토질 핵연료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계장치가 필요하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이처럼 후꾸시마 핵발전소 내부를 수습하는 과정은 마치 새로운 행성을 탐사하는 것과 비슷하다. 내부 상황을 조금씩 알아가면서 새로운 장비를 개발하고, 이를 시험해보는 과정이 반복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것도 문제지만, 끊임없이 피폭 노동자가 발생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원자로 내부에서는 시간당 최대 530Sv(시버트, 53만mSv)의 방사선이 측정되기도 했다. 통상 6Sv 정도의 피폭이면 사람이 즉사하니 상상을 초월하는 양의 방사선이 측정된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사람은 물론이고 반도체나 기계도 견디기 힘들다.

 

 

오염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일본

 

후꾸시마 핵발전소 내부에서 핵연료 수습을 둘러싼 한바탕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면, 핵발전소 밖에서는 오염수를 둘러싼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2011년 사고 당시 후꾸시마에는 최대 높이 15미터짜리 쓰나미가 몰려왔다. 쓰나미로 발전소 전체가 정전에 빠졌다. 이른바 ‘전전원(全電源) 상실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한번 핵분열을 시작한 핵연료는 계속 냉각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멜트다운 같은 심각한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핵발전소에서 정전이 위험한 이유다. 쓰나미 피해가 광범위하고 지진으로 도로 연결이 원활하지 않아 정전 상태는 오랫동안 지속됐다. 결국 외부에서 물을 가져와 붓는 것이 유일한 해결방법이었다. 처음에는 담수를 사용했으나, 상황이 다급해지자 바닷물을 이용해 원자로를 냉각시켰다.

이때 사용된 대량의 물은 모두 방사능에 오염됐다. 수차례의 폭발 후 사고를 수습해가는 과정에서 오염수를 어떻게 관리할지가 문제로 급부상했다. 오염수의 양도 많았고 방사성물질도 문제였다. 사고 직후였던 2011년 4월, 일본정부와 토오꾜오전력은 저농도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고농도 오염수를 보관할 장소를 확보하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문제는 저농도라 해도 이는 상대적인 개념이지 절대적인 수치가 아니라는 것이다. 당시 일본정부가 밝힌 오염수 농도는 요오드-131이 리터당 20,000Bq(베크렐), 세슘-134와 137이 각각 4,700Bq과 4,900Bq이었다. 요오드-131은 섭취 기준량이 마시는 물 기준으로 리터당 10Bq 미만이고, 식품의 경우 1kg 당 100Bq이 기준이니 결코 적지 않은 수준이다. 또한 방류하겠다고 밝힌 오염수의 양도 1만 1천 톤 규모로 상당했다. 일본정부의 오염수 방류 계획에 우리 정부는 반발했지만, 사고 직후였고 국내에서도 큰 쟁점이 되지 않아 결국 오염수는 그대로 방류됐다.

하지만 오염수 문제는 이후에도 이어졌다. 이번엔 고농도 방사능 오염수 관리가 문제였다. 사고 직후 토오꾜오전력은 발전소 부지 안에 오염수 저장탱크를 설치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저장탱크의 수가 늘어나면서 관리는 더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저장탱크에 누설이 발견됐다거나 방사능 오염수 웅덩이가 발견되는 등의 ‘사고’가 반복됐다. 그러다가 2013년 더 큰 문제가 터졌다. 처음 토오꾜오전력은 고농도 오염수 탱크 인근에서 높은 방사선 수치가 측정됐다고만 발표했다. 당시 토오꾜오전력이 밝힌 방사선량은 시간당 96mSv였다. 자연 상태의 수십만배 수치였다.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조사해보니, 오염수 저장탱크 불량으로 대규모 누수가 발생했고, 누수 발생에 대비해 설치한 콘크리트 차단벽은 빗물 배수를 위해 열어놓은 상태였다. 단지 설비에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오염수의 보관과 관리 상태도 엉망이었다. 이 사고로 유출된 오염수는 약 300톤이다. 고농도의 방사능 오염수가 땅으로 스며들었고, 바다로 흘러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를 두고 심각한 사건이라는 입장을 밝혔고,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국제핵시설사고등급(INES) 3등급으로 이 사고를 평가했다. 당시 일본 내에서도 논란이 많았다. 토오꾜오전력이 이미 훨씬 전부터 문제를 알고 있었으나 2020년 올림픽 개최국 선정을 앞두고 신고 내역을 축소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아베 총리는 후꾸시마 사고를 잘 통제하고 있다는 입장을 반복해서 내놓았고, 결국 2020년 토오꾜오 올림픽 개최가 확정됐다.

 

 

지하수와의 끝없는 전쟁

 

후꾸시마에는 지하수와 빗물이라는 또다른 오염수 문제도 있다. 후꾸시마 핵발전소는 구릉지를 깎아 만든 절개지 위에 건설됐다. 해안가에 절벽이 있어 냉각수로 쓸 바닷물을 끌어오기 불편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발전소가 위치한 땅은 주변보다 높이가 낮아 지하수가 계속 발전소 쪽으로 유입되는 구조다. 핵발전소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상황이라면 유입되는 지하수를 그대로 퍼내면 되겠지만, 후꾸시마 사고 이후 인근 지역 토양이 오염되고 원자로 건물 지하를 통해 방사성물질이 누출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인근 지하수를 측정해보니 원자로 건물을 지난 지하수는 방사성물질에 오염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평상시는 물론이고 비가 내리는 날이면 지하수의 양이 늘어나고 그만큼 방사능 오염수의 양도 증가했다. 원자로 건물 지하에는 복잡한 기계설비와 배관이 많아 지하수 유입을 전면 차단하기가 쉽지 않았다. 어디서 방사성물질이 새는지도 알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결국 토오꾜오전력은 모르타르와 콘크리트 등을 이용해 후꾸시마 핵발전소 부지 전체의 포장공사를 다시 했다. 최소한 핵발전소 부지 내부라도 빗물 유입을 차단하겠다는 조치였다. 그리고 발전소를 중심으로 내륙 쪽에 여러개의 우물을 파서 지하수를 퍼내는 작업을 계속했다. 한편에서는 발전소 주변에 깊이 30미터짜리 동결관(凍結管)을 1미터 간격으로 묻어 땅을 얼리는 공사를 진행했다. 약 1,500개의 동결관이 1.5킬로미터의 동토벽을 만드는 구조다. 복잡한 내부 구조 탓에 콘크리트 차수벽을 만들기 어려워 동결관에 영하 30도의 액체를 주입해 땅을 얼리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폭염이 이어지는 일본의 여름 날씨를 생각할 때 동토벽이 제대로 기능할지 설계 단계부터 논란이 많았다. 결국 2016년 9월 태풍 ‘라이언록’의 영향으로 기록적 폭우가 쏟아지자 동토벽 두곳이 녹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렇게 지하수를 퍼내고 동토벽을 만들었음에도 후꾸시마 핵발전소에는 매일 110톤 정도의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다. 완전한 차단이란 애초부터 불가능했기 때문에 지하수 유입을 줄이는 정도에서 만족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원자로 냉각을 위해 쏟아 부은 물과 지하수 유입 등으로 오염수는 2019년 9월 현재 116만 톤에 이른다. 오염수를 저장하기 위한 탱크만 977개다. 지금도 매일 오염수가 늘어나고 있으므로 오염수 저장탱크 공사가 이어지고 있다. 토오꾜오전력은 2020년까지 저장용량을 137만 톤으로 늘릴 계획으로 저장탱크 공사를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공간 부족을 이유로 내년 이후에는 저장탱크 신설 계획이 없다. 만약 저장탱크를 추가로 짓지 않는다면, 2022년 여름경 모든 저장탱크가 다 찰 것으로 예상된다.

오염수 저장탱크 증설과 별도로 한쪽에서는 오염수에서 방사성물질을 제거하는 작업도 지속하고 있다. 오염수에는 수십가지의 방사성 핵종이 포함되어 있다. 사고 초기부터 토오꾜오전력은 오염수에 포함된 세슘과 스트론튬을 제거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2013년부터는 다행종제거설비(ALPS)를 설치해 플루토늄과 텔루륨 등 62개 핵종을 제거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방사성물질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염수에 포함된 방사성물질을 이동시켜 방사성물질의 농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오염수와 낮은 오염수로 구분해줄 뿐이다. 토오꾜오전력은 제거 작업을 거친 물이 ‘오염수’가 아니라 ‘처리수’라고 강조한다. 한때는 방사능에 오염된 물이었지만, 지금은 ‘방사성물질 제거 처리’를 거친 물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물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문제 제기가 이루어지고 있다. 농도가 낮아졌다 해도 여전히 물에 방사성물질이 포함되어 있고, 삼중수소 같은 물질은 아예 제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방사성물질의 일종인 삼중수소를 제거하려면 별도 설비가 필요할뿐더러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이에 따라 현재 토오꾜오전력은 삼중수소 제거 설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현재 오염수에 포함된 삼중수소는 리터당 120만Bq 수준이다. 리터당 1만Bq인 세계보건기구(WHO) 음용수 기준이나 일본 음용수 기준인 리터당 6만Bq을 고려해도 상당히 높은 양이다.

 

 

오염수 배출을 둘러싼 일본정부의 ‘눈치 게임’

 

2018년 8월, 일본정부는 방사능 오염수 문제에 관한 공청회를 열고 오염수 처리 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일본정부는 오염수의 처리법으로 ① 오염수를 땅에 주입하는 방법, ② 오염수를 바다로 내보내는 방법, ③ 오염수를 증기로 바꿔 대기 중으로 날려 보내는 방법, ④ 오염수를 전기분해하여 수소로 바꾸는 방법, ⑤ 오염수를 굳혀 땅에 묻는 방법 등 다섯가지를 제시했다. 다양했지만, 결국 방사성물질을 외부로 유출하거나 아직 기술적 검토가 완료되지 않는 방법들이었다.

일본정부는 이 가운데 오염수를 바다로 내보내는 방법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밝혔다. 다른 방법은 기술적으로 완성되지 않아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었다. 일본정부의 이같은 계획에 후꾸시마 주민들의 반발은 매우 컸다. 특히 어민들이 들고일어났다. 사고 이후 후꾸시마 핵발전소 인근 어민들은 어업 활동을 재개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현지 어업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시험조업을 계속하며 수산물 안전성을 입증하려 한 것이다. 후꾸시마 인근 해역의 수산물은 방사성물질이 많이 발견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확연히 구분된다. 조개류와 해조류 같은 저서생물은 방사성물질 농도가 높지만, 주변을 돌아다니는 어종은 상대적으로 방사성물질 농도가 낮다. 위치에 따라서도 다양한 편차를 보인다. 후꾸시마 어업협동조합은 사고 이후 어종과 해역을 넓혀가며 시험조업을 확대했고, 그 결과 2015년 4월 이후 수산물의 방사능 기준치를 넘은 적이 없다며 어업 재개를 주장했다. 이에 따라 후꾸시마 사고 직후 전면 금지됐던 어업은 일부 지역과 어종에 한해 재개됐다. 어획량은 사고 이전 대비 10% 정도밖에 안 되지만, 점차 어업활동을 확대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품던 중 토오꾜오전력의 오염수 방류 계획이 발표된 것이다. 후꾸시마 어민들은 “석유비축기지 등에서 사용하는 10만 톤급 대형 탱크를 건설해서 오염수를 장기간 보관하라”고 요구한다. 방사성물질이 반감기에 따라 농도가 줄어들 때까지 장기간 보관하라는 것이다. 최근 일본 오염수 문제가 국제적인 쟁점이 되자, 지난 8월에는 일본 전·현직 지자체장 모임인 ‘탈핵을 지향하는 수장 회의’도 성명을 통해 삼중수소가 포함된 오염수를 바다로 배출하지 말고 장기 보관하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아직 일본정부는 오염수 배출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취한다. 하지만 지난 9월 일본 하라다 요시아끼(原田義昭) 환경상은 기자회견을 통해 “후꾸시마 오염수는 바다로 방출해 희석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 위원장도 안전성이나 과학적인 면에서 괜찮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현직 환경상이 이런 입장을 드러낸 것은 처음이다. 이 발언은 즉각 후꾸시마 어민들과 우리 정부의 반발로 이어졌다. 재미있는 것은 이날이 그가 환경상을 그만두는 날이었다는 점이다. 논란이 되자 다음 날 취임한 코이즈미 신지로오(小泉進次郞) 신임 환경상은 후꾸시마 오염수 문제에 대해 “후꾸시마현 주민들의 마음을 더이상 다치게 하는 일이 없도록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며 한발 물러섰다. 퇴임날 전임 장관이 한 발언을 다음 날 신임 장관이 거둬들인 꼴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일본정부의 입장이 바뀐 것은 아니다. 우리 정부가 국제원자력기구와 국제해사기구 등 국제기구 총회에서 후꾸시마 오염수 문제를 제기할 때마다 일본정부는 아직 오염수 방류는 결정되지 않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결정되지 않았다는 말은 앞으로 결정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자국민과 해외의 반발을 의식해 속도 조절을 하고 있을 뿐이다. 2020년 토오꾜오 올림픽도 예정되어 있고, 2022년 여름까지 여유가 있으므로 일본정부 입장에서는 굳이 지금 문제를 일으킬 필요가 없다. 일본정부는 시시때때로 국내외 여론을 살피면서 가장 경제적이고 손쉬운 해결책을 찾고 있다.

 

 

오염수, 제염폐기물 등은 동북아가 함께 풀어야 할 문제

 

사고 이후 일본정부가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줄기차게 제기돼왔다. 과거 2011년 저농도 오염수 방류 당시에도 우리 정부에 미리 알려주지 않아 논란이 됐고, 2013년 오염수 누출사고나 올해 오염수 방류 발표 때도 그랬다. 최근 태풍 ‘하기비스’의 영향으로 강가에 쌓아놓은 방사능 제염토가 떠내려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현지 언론을 통해 임시보관소에 쌓여 있던 제염토 자루가 떠내려가는 모습이 보도됐지만, 우리나라로서는 인터넷을 통해 해당 소식을 전해 듣는 것이 전부였다.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야 결국 66개의 제염폐기물 자루가 유실됐고, 이 중 23개는 빈 자루만 발견됐음을 알게 됐다. 일본정부는 이들 제염폐기물을 보관할 ‘중간저장시설’을 짓겠다고 밝혔지만, 건설이 지연됨에 따라 하천이나 농경지 인근에 제염폐기물을 임시로 쌓아놓고 있다. 그러다보니 2015년에도 많은 비에 폐기물 자루 240개가 유실된 적이 있었다. 자루 1개당 대략 1톤 정도의 폐기물이 들어가 있고, 후꾸시마 인근에 이런 폐기물이 1,335만 세제곱미터나 보관되고 있다. 양적으로 엄청나다보니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오염수와 폐기물이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 태평양으로 이들이 유입되면 일본을 비롯한 주변 국가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궁금하지만 “건강에는 영향 없을 것”이라는 짧은 답변 이외에 우리가 일본정부에서 들을 수 있는 이야기는 없었다. 그러다보니 일본정부에 대한 불신은 날로 커져가고, 동시에 불안감도 높아진다.

후꾸시마 사고 수습을 일본정부에만 맡겨서는 안 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피해 수습의 기본이 되는 제염과 복구에 대한 책임은 당연히 토오꾜오전력과 일본정부에 있다. 하지만 일본정부 혼자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점이 명백하다면, 국제적 공조가 필요하다.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의 경우, 우크라이나 정부가 모든 책임을 떠맡지는 않았다. 직접적인 영향하에 있는 인근 유럽 국가뿐만 아니라, 일본과 한국 등 멀리 떨어진 나라도 피해복구에 나섰다. 방사능 영향에 대해 함께 모니터링했으며 그 결과를 공유했다. 방사능 피해에는 국경이 없고, 피해규모는 인류 전체이기 때문이다. 한 국가의 역량만으로는 제대로 된 복구가 힘들뿐더러 정보와 기술을 공유함으로써 더 효과적인 피해 복구가 가능해진다. 그러나 현재 후꾸시마 사고는 이런 기초적인 협력조차 없고 모든 것이 일본정부와 토오꼬요전력에 맡겨져 있다. 일각에서는 일본 특유의 ‘자존심’이 문제를 그르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국·북한·중국·러시아 등 인접국과 국제원자력기구·국제해사기구·국제보건기구 등 국제기구가 오염수 문제와 제염토 문제를 함께 논의해야 할 것이다. 후꾸시마 지역의 방사능 오염은 단지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라 동북아시아 전체의 문제다. 현재 추진 중인 폐로 작업과 복구 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정보도 단편적인 수준을 넘어 세부적으로 공유돼야 하며, 오염수 처리를 어떻게 할지 같은 주요 결정도 함께 내려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의 역할도 단순히 일본정부에 항의하거나 국제사회에 호소하는 수준을 뛰어넘어야 한다. 우리는 일본에서 가장 가까운 나라이고, 그렇기 때문에 후꾸시마 사고의 피해를 가장 많이 볼 수밖에 없다. 우리 국민이 당면한 불안감을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주변 국가들과 더 긴밀한 외교적 틀을 형성해야 한다. 일반 시민들 역시, 냉철한 시각으로 후꾸시마 사고 수습 문제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지금 인터넷상에는 반일 감정에 편승해 후꾸시마 사고를 조롱하거나 반기는 댓글이 넘쳐나고 있다. 두번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될 대재난을 조롱거리로 삼는 것은 비윤리적일뿐더러 문제 해결에도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이웃나라 일본의 방사능 오염은 남의 일이 아니다. 강 건너 불구경하듯 보다가는 결국 우리에게도 불씨가 날아온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