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대선 이후 촛불의 갈 길

 

경제정책의 패러다임 전환

성장지상주의를 넘어 정의로운 전환의 길로

 

 

주병기 朱丙起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겸 분배정의연구센터장. 저서 『정의로운 전환』, 공저서 『분배적 정의와 한국사회의 통합』 『지속가능한 공정경제』 『시민정치의 시대』 『기후변화와 사회변동』 등이 있음.

bgju@snu.ac.kr

 

 

1. 서문

 

우끄라이나전쟁의 발발과 함께 물가상승과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큰 위기가 전개될 것인가에 대해 아무도 확신하지 못한다. 전쟁이 장기화되고 원료 물가상승이 지속되면 심각한 스태그플레이션이 전개될 수 있다. 한편 미국은 우방국 중심의 전략적 공급망 재편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 실현가능성에는 의문이 제기되지만, 국가 간 무역이 패권경쟁의 전략적 수단이었던 1970~80년대의 질서로 돌아가려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미·중·러의 전략경쟁과 우끄라이나전쟁을 둘러싼 국제정세의 불안정은 중국 및 러시아와의 교역 비중이 높은 대한민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렇듯 엄중한 글로벌 환경 속에서 새로 출범한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국민과 전문가들의 우려가 크다. 대외적 불확실성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불명확하고, 뚜렷한 방향성과 철학이 없는 임기응변식 대응으로 내적 정합성까지 결여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게다가 대통령과 각료들의 실언이 잇따르고, 통일부·외교부·국가정보원 등 정부 부처들도 합리적 사유나 정확한 사실 확인 없이 스스로 내린 과거의 결정이나 공식입장을 번복하는 등 대한민국 정부에 대한 대내외적 신뢰도를 실추시키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

현재의 대내외적 불확실성을 극복하는 것은 물론 글로벌 경제의 중장기적 대전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경제정책의 방향과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냉철한 진단과 전망이 요구된다. 그런데 대통령선거 과정에서부터 윤석열 후보와 그 주변인들은 지난 정부의 정책 실패 때문에 한국경제가 ‘폭망’했다는 인식을 강하게 내비쳤다.1 이는 상식에서 크게 벗어나고 다양한 경제지표들이 보여주는 현실과도 상반된 것이다. 잘못된 진단은 잘못된 경제정책으로 이어진다.

선진국 수준에 접어든 경제가 성장과 발전을 지속하려면 국가의 기본질서 역시 경제발전 단계에 맞게 성숙해야 한다. 이 글에서는 후진적 정실 자본주의와 부패한 권력에 저항했던 촛불혁명이 탄생시킨 문재인정부 경제정책을 평가하고, 새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경제정책의 문제점과 앞으로 지향해야 할 과제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2. 성장과 중대개혁: 문재인정부 경제정책의 이상(理想)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은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이라는 세 영역으로 구성됐다. 이 세 영역이 선순환해야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 기본 틀이었다. 셋 모두 수출주도형 경제개발과 고도성장기를 거치면서 한국경제에 오랫동안 누적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중대개혁(grand reform)을 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정실주의, 정경유착과 부패라는 한국 자본주의의 치부를 드러내는 사건이었고,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에 그 치부를 도려내는 개혁이 요구되는 건 매우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개혁의 대상인 재벌, 보수언론과 엘리트 권력카르텔의 강력한 저항을 잠재울 만큼 국민적 의지의 결속이 지속되기란 실로 어려운 일이었다.

문재인정부 초기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소득주도성장’이었다. 소득불평등과 양극화를 해소하고 복지·사회안전망을 확충해 대다수 국민의 삶의 질과 역량을 키우며 내수 기반을 강화함으로써 장기적 지속성장 기반을 확보한다는 것이 소득주도성장의 핵심이다. GDP(국내총생산) 중심의 경제성장을 최우선과제로 강조했던 이전의 경제정책과는 질적으로 차별화된 정책이었다. 특히 이전에는 경제성장을 통한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로 소득분배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리라는 막연한 기대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그와 정반대로 소득분배 문제가 해결돼야 경제성장도 가능하다고 하니, ‘성장지상주의’ 진영의 반발도 클 수밖에 없었다.

노동시장의 구조개혁은 복지·사회안전망 확충과 함께 소득주도성장의 중요한 축이었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 정규직 확대,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양극화 해소, 근로시간 단축 등이 구체적 내용이었다. 이는 가계소득 증대와 삶의 질 제고라는 소득주도성장의 지향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지만, 그 하나하나는 5년 임기 내에 다른 부작용이나 사회적 갈등을 이겨내고 안착하기 어려운 문제들이기도 했다.

‘공정경제’는 한국 자본주의의 불공정한 시장질서를 바로잡고, 중소기업·벤처·소상공인 등 경제적 약자에게도 공정한 기회가 보장되는 선진적 시장질서를 만드는 개혁을 표방했다. 과거 지속됐던 수출주도 경제개발 전략은 소수의 재벌·대기업 집단에 특권을 몰아주고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심화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재벌·대기업 집단의 일감 몰아주기와 사익 편취, 협력업체에 대한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와 기술탈취 등 불공정 행위가 만연했음은 물론이고 재벌가의 부당한 경영권 장악, 불투명한 지배구조 속에서 발생하는 대주주의 횡포와 소액주주 권리침해 행위 등의 문제도 심각했다. 이러한 후진적 자본주의를 청산하고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작동하는 건강한 자유시장경제를 만드는 것은 한국경제가 한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었다. 이같은 개혁과제는 박근혜정부에서도 ‘경제민주화’라는 국정과제로 제시되었으나, 친재벌-반개혁의 극우보수정치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성과 없이 끝났다. 공정경제와 경제민주화는 시장경제의 기본 질서를 바로 세우는 개혁과제로 정치적 지향과는 독립적인 문제라 할 수 있다. 이것이 ‘진보적’ 개혁으로 인식되고 있는 현실은, 부패한 정실 자본주의의 수혜집단이 장악한 극우정치가 아직도 한국정치의 무게중심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문재인정부 경제정책의 세번째 영역인 ‘혁신성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와 디지털 전환이라는 새로운 기술환경 변화 속에서 한국경제의 혁신 동력을 강화해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꾀한다는 전략이다. 혁신성장은 크게 4차 산업혁명 및 디지털 전환에 대한 선제 대응과 혁신적 중소기업 생태계 구축이라는 두가지 정책 방향으로 추진되었다.2 이는 “대·중소기업 간 수평적 관계 형성 및 중소기업 간 협력네트워크 강화를 통해”3 건실한 중소기업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기형적 산업생태계를 개혁해 건강한 구조를 만든다는 중대개혁 과제를 내포한다. 특히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를 통해 중소기업이 동반성장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조성하는 전략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점에서 과거 다른 정부와 차별성이 있었다. 이런 환경 조성이 없을 때 혁신성장 정책은 중대개혁은 빠지고 재벌·대기업 지원만 남는 것으로 변질되기 십상이다.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는 어느 한가지만으로 성공할 수 없고 서로 맞물려 돌아가야 성공하는 관계에 있다.”4 공정경제는 소득불평등 및 양극화를 해소해 소득주도성장의 목표 달성을 돕고, 소득주도성장은 복지·사회안전망 확충을 통해 경제적 약자의 협상력을 제고하는 동시에 경제주체 간 힘의 불균형을 해소해 공정경제의 목표 달성을 돕는다. 혁신성장 역시 마찬가지다.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는 공정경제를 통해 기업은 혁신적 성과를 달성할 인센티브를 갖고 경제성장의 주축이 될 기회를 얻는다. 중소기업이 살아나면 고용과 소득분배 개선이라는 소득주도성장의 성과가 이어진다. 이렇듯 세 전략의 유기적 결합을 강조했던 초반의 경제정책 기조는 그러나 정권 후반까지 일관되지 못했고, 여론과 외부 환경의 변화에 따라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3. 문재인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 격상된 한국경제의 위상과 중단된 중대개혁

 

보수당(자유한국당)과 보수언론은 ‘경제학 교과서에도 없는’ ‘족보도 없는’ 등의 도발적인 수식어까지 동원하며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 특히 소득주도성장을 집중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2018년 동아일보 사설을 보면 “어디에서도 검증된 적 없는 이론을 가지고 정부는 지난 1년간 국민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5면서, 정작 정책 내용에 대해 비판하기보다는 경제 각료의 구성이 부적절하다거나 이념 편향적이라는 식으로 엉뚱한 비난을 늘어놓았다. 복지·사회안전망 확충을 강조하는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세금 낭비’ 등 복지 지출에 대한 해묵은 편견을 드러내는 몰지각한 비판도 쏟아졌다.6

통계자료와 경제지표에 기반해 경제정책을 평가하고 비판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자료가 보여주는 것 이상의 지나친 비약에는 유의해야 한다. 모든 정책은 경제에 충격을 야기한다. 원래의 상태에서 새로운 정상상태로 안착해야 성과를 판단할 수 있고, 그 과정에는 다양한 부작용과 의도에 반하는 교란도 일어날 수 있다. 이런 부작용을 사전에 감지하거나 혹은 사후에라도 보완하는 일은 중요하지만, 이때도 객관적 자료가 보여주는 사실을 평가하면서 그것이 조정 과정 중에 발생하는 부작용인지 아니면 정책의 기본 방향 자체의 문제점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대표적 언론매체들은 그 둘을 구분하지 못한 채 후자의 결론으로 비약하는 수준 낮은 비판을 주도했다. 가령 2018년 조선일보 사설은 분기별 소득자료의 일부분을 인용해 소득양극화가 오히려 심화되었으니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고,7 그밖에도 많은 글들이 월별 고용통계나 수출입자료, GDP 성장률 등에 대한 각종 보고서와 연구결과를 인용해 정책 방향이 잘못됐다는 결론으로 비약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최저임금 연구로 주목을 모았던 김대일·이정민의 연구는 “본 결과가 최저임금 인상이 부적절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 최저임금의 인상폭은 (…) 고용과 분배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하는 범위에서 결정되는 것이 합리적이다”라며 과도한 해석을 경고했다.8 그럼에도 해당 연구는 소득주도성장의 문제점을 드러내는 근거인 것처럼 보수 언론매체에서 인용됐다.

정부의 경제정책을 평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글로벌 자본주의체제하에서 한 나라의 정책이 만들어낸 결과와 글로벌 경제의 거대한 흐름이 만들어낸 결과를 구분하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정책과 성과의 시차까지 고려해야 한다. 구조개혁을 다루는 문재인정부 경제정책은 중장기적 성과를 목표로 하기에 성급한 판단에 더욱 유의해야 한다. 이를 유의하며 지난 5년간 한국경제의 성과를 평가하려면, 두가지 기준에 대한 고려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나는 글로벌 자본주의하의 여건을 반영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다른 선진국들과 한국의 성과를 비교하는 것이다. 이런 기준 없이 ‘2020년 경제성장률이 최악’이라는 식으로 정부 정책을 비난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도 없다.

5년간 한국이 직면한 대외적 여건은 무척 험난했다. 2017년 극한으로 치달았던 북핵 위기와 한반도 군사적 긴장, 2018년 미중 무역전쟁과 세계무역의 침체, 2019년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에 대한 일본정부의 수출 제한조치와 한일 경제전쟁, 2020년부터 현재까지 지속된 코로나19 팬데믹과 세계 경제위기 등 전쟁·질병·경제 삼중 위기가 이어진 5년이었다.

이런 위기 속에서도 한국경제는 다른 선진국과 견주어 건실한 행보를 이어왔다는 것이 OECD·IMF·세계은행 등 국제기구의 판단이다.9 대표적 경제지표인 국가신용등급, GDP 성장률과 일인당 GDP, 고용률 등의 자료가 이런 판단을 뒷받침하고 있다.

우선 무디스·S&P·피치 등 3대 국제신용평가사의 국가신용등급은 일본을 추월했고 OECD 회원국 중 영국·프랑스와 같은 수준인 AA등급으로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10 경제발전의 지표로 사용되는 지역물가를 반영한(PPP 기준) 일인당 GDP의 경우, 2020년 일본을 제치고 OECD 평균보다 높은 수준을 달성했다. 경제성장률의 경우 2020~21년 평균 GDP 성장률이 OECD 회원국 중 다섯번째로 높고 G20 중에서는 두번째로 높을 전망이다. 팬데믹 이전인 2017~19년에도 높은 성장률을 이어왔다.11 IMF의 2022년 보고서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미래 성장률에 있어(2027년 기준), 한국이 G20 중에서 호주 다음으로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12

이렇듯 객관적인 경제지표를 보면 지난 5년간 대한민국 경제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다는 것을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우며, 이는 최악의 여건에서 이룬 성과이기에 더욱 의미있다. 고용지표 역시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나쁘지 않은 추이를 보였다. 고용률은 2016년 66.1%에서 2019년 66.8%로 상승했고, 코로나19 팬데믹이 이어진 2021년에도 66.5%를 기록했다.13 최저임금 인상이 부정적 충격을 야기했다는 인과가 불분명한데다가 설사 단기적 충격이 있었다 해도 그것이 지속됐다고 보기는 더욱 어렵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이직·입직 등 노동시장의 인력재배치가 이어졌고 전체 고용에 부정적 효과를 미치지 않았으며 근로빈곤층의 소득 개선에 기여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14

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기초연금 인상, 근로장려금 확대, 아동수당 도입 등 정부의 재분배 정책에 따른 소득분배 개선 역시 눈에 띈다. 처분가능소득을 기준으로 주요 지표를 살펴보면 소득불평등과 양극화 문제가 크게 완화됐다. OECD 자료에 따르면, 특히 상대적 빈곤율이 2%포인트나 하락했고 저임금노동자 비율 역시 2017년 OECD 회원국 최상위권인 22.3%에서 2020년 16%로 급격히 낮아지는 성과를 달성했다. 임금 5분위배율 지표는 임금수준 상위 20% 근로자의 평균임금이 하위 20% 근로자 평균임금의 몇배인지로 임금격차를 나타내는데, 2016년 5.24에서 2017년 5.06, 2018년 4.67, 2021년 4.35로 낮아졌다.15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가구소득 5분위배율 역시 2016년 6.98에서 2019년 6.25, 그리고 2020년 5.85로 하락해 뚜렷한 개선을 보였다.

이런 객관적 경제지표상의 성과를 문재인정부 경제정책의 성과로 볼 수 있을까? 소득재분배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실제 소득분배의 개선으로 일부 이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경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정부의 역량도 일조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중대개혁의 성과가 객관적 지표로 드러났다고는 볼 수 없다.

중대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학자들은 문재인정부가 소득주도성장으로 대표되는 정책의 기본철학을 너무 일찍 포기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중대개혁의 성과는 단기적으로 판단할 수 없음에도 수구언론과 여론의 저항에 힘없이 무너졌다는 것이다.16 이를 잘 드러내는 것이 문재인정부 5년의 최저임금 연평균 인상률이 박근혜정부와 비슷한 수준이었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보면 양호한 경제성장률도 분배와 성장의 선순환으로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런 선순환이 만들어지려면 중장기적으로 소득분배 개선과 복지·사회안전망 확충이 지속돼야 한다.

공정경제 개혁 역시 미진하고 더디게 이루어졌다. 정권 마지막에 이루어진 이른바 ‘공정경제 3법’ 개정은 중대개혁으로 볼 수 없는 미흡한 수준에 머물렀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및 양극화 해소를 위한 개혁 역시 마찬가지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의 재분배를 통해 양극화가 어느정도 완화되었지만, 더 근본적인 시장소득의 불평등, 산업안전 및 일자리의 질 향상에 있어서는 큰 성과가 없었다는 것이다.17 결과적으로 문재인정부의 중대개혁은 대통령의 임기 종료와 함께 미비한 성과만을 남기고 중단되었다.

 

 

4. 시대정신에 역행하는 윤석열정부의 경제정책

 

한동안 오리무중이었던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이 지난 6월 발표되었다.18 목표는 ‘성장-복지 선순환’이다. 이를 위한 경제운용 4대 기조에서는 (다소 추상적이고 어색한 ‘자유’를 빼놓고 보면) 세가지의 보편적 가치 ‘공정’ ‘혁신’ ‘연대’가 눈에 띈다. 불평등 완화와 사회통합을 강조하는 포용적 성장 전략 혹은 지난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그 내용은 전혀 다르다. 자유를 외치지만 강자의 자유뿐이고, 공정을 말하지만 실질적 공정에 역행하며, 연대를 내세우지만 연대를 해친다. 상식적이지도 않고 시대에 역행하며 겉으로 내세우는 수사(修辭)와 그 속이 달라 기만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이 그림을 그린 사람들이 경제를 보는 큰 틀은 이렇다. ‘있는 자들의 세금 부담을 낮추고 재벌·대기업 등 경제적 강자들에 대한 감시와 감독의 채찍을 거두면, 이들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그렇게 활력이 되살아나면 낙수효과 덕에 국민들도 행복해진다.’ 본질에서 한참 비켜난 인식이다. 공공성과 공익을 추구해야 할 정부가 재벌과 대기업, 부유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왜곡된 논리로 현실을 진단하니 참 한심한 일이다. 선진국 수준의 경제개발 단계에서는 낙수효과가 더이상 작동하기 어렵다는 것이 학계와 국제기구가 인정하는 정설이다.19

윤석열정부의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는 두가지 심각한 문제가 있다. 우선 막연하고 비현실적이며 합리적이지도 않은 경제관에 의존하는 점이다. 있는 자들을 위한 세금 경감과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는 낙수효과는커녕 강자들만의 힘의 질서를 강화하고 양극화와 불평등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야기한다.20 두번째 심각한 문제는 지금처럼 세계경제의 전망이 어둡고 불확실성이 높은 위기 국면에서 이런 낡고 허술한 틀만 가지고 대처하겠다는 안이한 자세에 있다.

윤석열정부는 “과도한 시장개입을 지양하고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지난 정부의 개혁과제를 파기하거나 이전으로 되돌리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장에서 발생하는 과도한 불평등과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해소하고 복지·사회안전망을 확충해 삶의 질을 개선하는 일을 ‘지양해야 할 과도한 시장개입’으로 보는 것은 심각한 오류다. 애덤 스미스(Adam Smith)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경제학이 강조하는 정부 본연의 역할은 바로 공정한 시장이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시장 참여자의 반칙을 감시하고 불완전한 시장의 실패를 보완해야 한다. 오랫동안 고속 경제성장을 우선시하며 이런 정부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에 현재 불공정한 힘의 질서가 시장을 지배하고 불평등·양극화가 심화된 것이다. 이제는 정부 본연의 역할이 꼭 필요한 발전단계에 접어들었다.

발표된 경제정책은 ‘구속력 있는 재정준칙 입법’과 같은 건전재정 기조 확립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중장기적인 과제로 고려할 수 있겠지만 최우선시해야 할 과제라고는 할 수 없다. 재정준칙을 강조하는 것은 복지·사회안전망 강화라는 더 중요한 문제의 해결을 어렵게 하고, 경제위기 상황에서 정부의 위기관리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아울러 건전재정을 시급히 걱정할 만큼 국가부채에 중대한 문제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건전재정을 위해서는 재정준칙보다 증세를 통한 세수 확충이 필요하다.

윤석열정부의 경제정책은 규제개혁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다. 발표자료의 ‘규제 혁파’라는 용어가 말해주듯이 규제‘개혁’보다는 규제‘완화’에 가깝다. 규제 공백을 메우거나 규제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개혁은 눈에 띄지 않는다. 경제력 집중에 대한 감시 강화보다는 완화를, 공공사업 참여와 입찰에 있어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의 참여를 강조한다. 규제 완화로 ‘민간 중심의 역동적인 경제’를 만들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낙관적 상상 속에 관료적 사고의 한계가 보인다. 도시 용도지역제와 입지규제 개편 역시 무분별한 부동산 개발과 투기를 조장할 수 있다. “장기간 관행적으로 운영되어온 규제·제도를 시대흐름에 맞게 재정비”한다지만, 자세히 보면 오히려 시대흐름에 역행하는 개악이다.

규제 혁파라고 포장된 정책들이 한국 자본주의의 고질적 병폐인 재벌의 사익편취 및 경제적 강자의 불공정 행위를 위한 공간을 넓히리라는 우려도 크다. 선진 자본주의로 발전하려면 재벌·대기업 등 강자들의 반칙에 대한 처벌은 더욱 엄중해져야 하는데, 오히려 부당지원·사익편취 행위를 규제하는 공정거래법 지침 및 경제법령상의 형벌 규정을 완화하는 방향이 계획되고 있다. 기술탈취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강화에 대해서는 구체적 방안이 제시되지 않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제 역시 운용의 엄정성·객관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지침을 개정해 축소 운용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공공사업과 입찰에서의 (대기업)차별 규제 완화, 투자·상생협력촉진 과세특례제도의 폐지 등과 같이 중소기업의 기회와 수익 확대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까지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것은 스스로 세운 ‘성장과 공정의 선순환’이라는 정책 방향에도 어긋난다.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판단하는 기준과 대기업집단의 친족 범위를 조정하고 벤처기업 복수의결권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계획, 플랫폼기업 자율규제안 등도 염려스럽다. 하도급 거래와 플랫폼경제에서 만연한 힘의 불균형은 ‘민간주도 자율규제’라는 명분으로 방치될 수 있다. 결국 이러한 정책들은 공정거래의 정착보다는 구속력 없는 형식적 협약과 보여주기식 행정에 머물 공산이 크다.

부자감세안도 눈에 띄는 정책이다.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보유세 완화, 공정시장가액 비율 하향조정,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유예, 주식양도소득세 폐지, 가업승계 특례 대폭 확대 등의 감세안은 재벌, 대기업, 최상위 소득자 및 자산가들에게 명백히 큰 혜택을 준다. 그러나 지금 같은 고물가·고금리 시대, 세계적 경제위기 상황에서 이러한 정책을 추진하는 합리적 근거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다른 선진국에서는 이런 부자감세를 단행하는 사례를 찾기 어렵거니와 오히려 부자증세를 확대하는 경우가 더 많다. 부자감세안은 심화된 부의 대물림 현상과 불평등·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에도 역행한다.

또한 노동시장 개혁 방향에는 노동정책에 대한 기본 철학이 부재한다. 노사 간 자율적 합의를 존중한다는 명분하에 노동시간, 노동자의 건강, 산업재해 등에 대한 규제를 모두 유연화하려 하고, 중대재해처벌법 등에서의 경영자 책임도 완화하려 한다. 노동정책을 마치 ‘규제 혁파’의 한 분야로, 혹은 기업 친화적 성장 전략의 부속물 정도로 보는 것 같다. 노동자들을 장시간 노동과 과로로 내몰고 산업재해의 위험에 노출시키는 것은 경제논리에 우선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경영활동 활성화를 명분으로 타협해야 할 차원의 문제가 아니며, 노동시장의 근간을 바로 설계하기 위한 국가의 책임과 역할을 막중히 인식해야 한다. 선진 경제로의 발전을 지속하기 위해서도 최소한 이런 기본적 규제는 감당할 수 있는 기업이 생존하도록 규제의 실효성을 강화해야 한다.

노동시장 개혁은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와 고용보험과 같은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 더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부문에서 좋은 일자리가 더 많이 창출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공공부문 일자리를 비수도권 대학의 졸업자, 고졸자 등에 확대하는 노력이 지속돼야 하고, 녹색산업·순환경제·플랫폼경제 등 새로 성장하는 산업에서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지도록 유도하는 정책적 고민이 필요하다.

탄소중립사회라는 목표는 화석연료 기반 사회에서 지속 가능한 에너지 기반 사회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향후 5년간 재생에너지 확산에 본격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경제발전에 거대한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경제정책 방향이 구체적이지 않아 큰 문제다. 신재생에너지 확산과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정책, 이를 둘러싼 정부투자와 민간투자 활성화 방안 등이 원론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탈탄소전환의 의무와 책임을 특정 집단과 지역에 전가하지 않고 모든 국민이 나누어 지는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을 위한 방안 마련 역시 시급한데,21 정부 발표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탄소중립사회로의 전환이 탄소집약도가 높은 부문의 노동시장에 주는 충격은 어마어마하다. 석탄화력발전소가 밀집한 지역을 중심으로 이런 충격을 어떻게 최소화할지에 대한 대책도 찾아야 한다.

위기에 처할수록 복지와 사회안전망의 중요성, 그리고 국가와 공공부문의 위기관리 역량의 중요성이 커진다. 지금은 정부가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놓고 손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시장)경제의 체질을 시장 주도로 바꾼다”는 의미없는 말만 할 것이 아니라 ‘어떤’ 시장경제로의 변화가 필요한지 고민해야 한다. 재벌의 경제력 집중과 가진 자들의 기득권을 지키는 후진적 시장경제인가, 아니면 보편적 삶의 질을 높이는 민주적 시장경제인가. 전자의 현상 유지는 안 된다.

 

 

5. 중대개혁과 정의로운 전환

 

보수 진보 가릴 것 없이 과거 한국정부의 경제정책은 경제성장을 최우선 목표로 추구하며 다른 목표의 희생을 감수하는 성장지상주의에 지배되어왔다.22 하지만 경제발전 단계가 고도화된 2010년 이후로는 과거처럼 높은 성장률을 달성하는 것이 어려울뿐더러 바람직하다고도 볼 수 없다. 잠재성장률은 빠르게 감소해 2010년 이후 2%대로 하락했고 조만간 1%대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23 그렇다고 정부가 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정책 수단을 가지고 있지도 못하고, 잠재성장률을 넘어 무리하게 성장률을 높이려는 정책은 부작용도 크다.

그럼에도 성장지상주의는 아직도 한국정치와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다. 저개발국으로서 빠른 산업화와 경제발전을 이룩하기 위해 경제성장이 필수적이었던 역사적 경험이 여전히 성장지상주의가 공감을 얻는 한 이유일 것이다. 그렇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후진적 정실 자본주의와 불투명한 구체제 속에서 경제적 잉여를 독점하는 기득권세력과 그에 영합하는 언론·정치·공권력 집단에 있다. 이들은 성장지상주의를 확산시키거나 그에 동조한다. 성장지상주의는 지난 5년간 경험했듯이 정권의 짧은 임기 안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중대개혁을 비판하는 가장 손쉬운 수단이다. 단기간에 성장을 극대화하려면 구조적 문제를 등한시할 수밖에 없고, 경제성장과 낙수효과가 만병통치약이라는 근거 없는 신념을 확산하며 구조개혁을 미루게 된다.

그러나 성장지상주의를 폐기하고 구조개혁에 성공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성장정책이라는 것이 OECD·IMF·세계은행 등의 포용적 성장 전략이 강조하는 사실이다.24 소득분배 개선, 복지·사회안전망 확충, 평등한 기회와 상생의 기업문화를 만드는 정치·경제·사회 개혁을 강조하는 것이 포용적 성장 전략이다.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은 이런 포용적 성장 전략의 한국판이라 할 수 있었고,25 그 임기 중 한국경제의 발전단계는 선진국 수준에 접어들었다. 이제는 성장지상주의에서 벗어나 구조적 결함을 해결하고 경제의 기초체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경제정책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이것이 성장잠재력을 높이고 적정 수준의 경제성장26을 장기적으로 지속할 수 있는 길이다.

상술했듯 문재인정부 5년간 대표적인 경제지표들이 개선되고 한국경제의 글로벌 위상은 높아졌다. 정부의 경제운용 역량이 일정한 역할을 했겠지만 중대개혁의 성과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으며 중대개혁 자체는 미진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를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더 중요한 사실은, 문재인정부가 지향한 중대개혁이 무수한 비난과 근본 없는 공격에도 불구하고 한국경제가 한단계 발돋움하는 것을 결코 늦추지 않았다는 점과 국가경제가 건실한 행보를 지속하는 데 촉진제가 된다는 가능성이다. 선진 자본주의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복지·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후진적 시장질서를 청산하며, 공정한 시장질서를 뿌리내리는 구조개혁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특히 지금은 전통적인 노동시장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플랫폼노동이나 특수고용직 등 새로운 형태의 노동시장이 확대되는 흐름 속에서 고용보험과 같은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 역시 커지고 있다. 우리의 사회복지 지출 수준은 OECD 평균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2019년 기준 12.2%, OECD 평균 20.0%)이며, 소득재분배 기능 또한 OECD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이는 복지선진국으로의 길이 아직도 멀다는 것을 말해준다.

사회복지의 확충만으로 불평등·양극화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시장에서 발생하는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 재벌·대기업 등 경제적 강자와 공권력을 쥔 전·현직 엘리트 관료들이 경제성장의 이익을 독점하는 부패한 정실 자본주의는 필연적으로 경제적 약자들의 빈곤과 불평등을 심화한다. 지난 5년간 시장소득의 불평등은 개선되지 못했다. ‘공정경제’의 개혁과제가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투명하고 공정한 자본주의를 뿌리내리려면 더 과감한 제도개혁이 지속돼야 한다. 공정한 시장질서를 관리하는 손과 발이 돼야 할 검찰·사법부·금융위·공정위·산업부·노동부 등 정부의 주요 권력기구와 공직사회 개혁도 같이 이루어져야 한다.27 권력의 집중은 권력을 사고파는 시장을 만들고 부패를 키우며 권력기구의 기능을 마비시킨다. 권력의 민주적 통제, 견제와 균형의 원리는 투명한 민주사회의 주춧돌과 같다.

양극화된 노동시장에서는 극소수의 좋은 일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무한경쟁만이 있을 뿐이다. 이런 시장에서 자신의 소질을 자유롭게 개발해 창의적 역량을 극대화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 되며, 치열한 경쟁을 뚫고 좋은 일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안전한 길을 선택하는 것이 최선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대학교육과 초·중등교육 모두 비정상적인 왜곡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임금, 복리후생, 산업안전 등에서 부문별 격차를 현격히 줄이고 복지·사회안전망 확충이 이루어져야 다양한 부문에서 다수가 안심하고 자기 역량을 개발할 기회와 동기가 만들어지며, 그럴 때 교육개혁도 가능하다. 이런 기회평등이 역량 손실을 최소화하고 장기적 성장 지속을 이끄는 원동력이라는 것이 OECD를 비롯한 여러 국제기구들이 강조하는 사실이다.28

지금 세계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사회로의 전환이라는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한 나라의 지속적 경제발전이 탄소중립사회로의 전환에 성공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공부문이 주축을 맡고 있는 에너지산업에서 ‘공공부문 감축과 민간사업자 시장 확대’라는 맹목적 성과를 추구했던 과거 신자유주의 개혁은 잘못된 길이다. 에너지전환을 선도해야 할 공기업의 혁신을 가로막고 전력과 에너지 공급 안정성이라는 공공재를 희생해 국민경제에 큰 손실을 야기할 수 있다. 에너지산업에서 기술 경쟁력과 인적 역량을 갖춘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역할을 최대한 활용하고 이들이 혁신의 주체가 되어 민간부문과 상생 협력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에너지전환은 발전산업을 비롯해 탄소배출이 큰 산업과 지역에 어마어마한 충격을 준다. 그 과정에서 발생할 사회갈등과 혼란은 성공적인 전환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따라서 모든 국민이 고통을 분담하는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양질의 녹색일자리 창출과 고용전환, 혁신적 녹색산업의 확대, 지역경제의 녹색전환 등이 실현되도록 지난 정부의 중장기적 계획을 수정·보완하고 실행에 나서야 한다.

 

* 이 글은 필자가 최근 소셜코리아와 오마이뉴스(2022.4.27; 2022.6.23; 2022.7.6)에 게재한 칼럼을 보완해 작성했음을 밝혀둔다.

 

 

  1. 이런 인식은 국민의힘 대통령후보 경선을 앞둔 시점부터 지금까지 대통령과 보수정당의 주요 인사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표출되어왔다. 가령 2021년 6월 17일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경제 폭망’이라는 표현을 사용했고,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었던 안철수도 비슷한 표현을 사용하며 전 정권의 정책 실패를 비난한 바 있다. 조선·중앙·동아 세 보수일간지는 이런 주장을 지속적으로 확산했는데, 보수정치권 및 언론의 이러한 행보는 2007년 대통령선거에서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를 ‘잃어버린 10년’으로 부르면서 진보정권의 경제정책을 맹비난했던 것과 같은 패턴이다.
  2. 관계부처 합동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 2017.7.25; 정준호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의 성과와 평가」, 『동향과전망』 113호, 2021 참조.
  3. 정준호, 같은 글.
  4. 조영철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평가」, 『경제와사회』 120호, 2018, 151면.
  5. 동아일보 사설 「예견됐던 ‘소득주도성장’ 실패, 얼마나 더 실험할 건가」, 2018.5.30.
  6. 예컨대, 중앙선데이 사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소득주도 성장」, 2018.11.24.
  7. 조선일보 사설 「‘소득 주도 성장’, 모두 아니라는데 청와대만 맞는다고 우길 건가」, 2018.8.27.
  8. 김대일·이정민 「2018년 최저임금 인상의 고용효과」, 『경제학연구』 67집 4호, 2019, 30면.
  9. 예를 들어 OECD의 2021년 12월 보고서는 한국경제가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보았고, 정부의 재정여력 역시 비교적 우수해 불평등과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지출을 확대할 것을 권고했다. OECD Economic Outlook, Vol. 2021, Issue 2 참조.
  10. 통계청 e-나라지표 「국가신용등급 추이」 참조.
  11. GDP 성장률에 대한 OECD 자료를 보면, 2017~19년 평균 GDP 성장률이 한국은 2.8%로 OECD 평균 2.2%, EU 평균 2.2%, 미국 2.5%, 일본 0.7%보다 높았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있었던 2020년을 포함하면 그 차이는 더 커진다.
  12. IMF, World Economic Outlook: War Sets Back the Global Recovery, 2022.4 참조.
  13.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참조.
  14. 홍장표·문영만 「2018~2019년 최저임금 인상의 고용 및 소득효과」, 『산업노동연구』 28권 1호, 2022 참조.
  15. 고용노동부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 참조.
  16. 원승연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옹호와 비판의 과잉」,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엮음 『소득주도성장, 끝나지 않은 여정』, 메디치 2022 참조.
  17. 채이배 「양극화의 근원은 건드리지 못한 소득주도성장」; 김혜진 「노동시장 양극화 완화를 위한 정책 방향」, 같은 책 참조.
  18. 관계부처 합동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2022.6.16.
  19. OECD를 비롯한 주요 국제경제기구들이 정부의 개입 없이 낙수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얘기해온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다. OECD, In It Together: Why Less Inequality Benefits All, 2015 참조.
  20. 정부가 불평등 해소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만 경제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이 현재 국제기구들이 제시하는 표준적 정책제안이다. 같은 책 참조.
  21. 정의로운 전환은 에너지전환의 핵심 전략으로 강조되고 있다. UNFCCC, Just Transition of the Workforce, and the Creation of Decent Work and Quality Jobs, 2020; Anabella Rosemberg, “Strengthening Just Transition Policies in International Climate Governance,” Policy Analysis Brief, Stanley Foundation 2017.4.
  22. 성장지상주의가 한국사회에 뿌리내리게 된 역사적 과정에 대해서는 윤상우 「한국 성장지상주의 이데올로기의 역사적 변천과 재생산」, 『한국사회』 17권 1호, 2016 참조.
  23. 장민·박성욱 「향후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 경로 추정」, 한국금융연구원 『KIF 금융분석보고서』 2021년 1호 참조.
  24. 포용적 성장과 구조개혁에 대해서는 Elena Ianchovichina and Susanna Lundstrom, “What is Inclusive Growth?,” Commodity Price Volatility and Inclusive Growth in Low-Income Countries, IMF 2012; Elena and Susanna, Inclusive growth analytics: Framework and application, Policy Research Working Paper Series no. 4851, The World Bank 2009; OECD, Economic Policy Reforms 2019: Going for Growth, 2019 참조.
  25. 문재인정부 경제정책과 포용적 성장 전략의 관계에 대해서는 장시복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비판」, 『마르크스주의 연구』 2019년 봄호 39~71면; 주병기 「공정한 사회와 지속가능한 경제발전」, 『한국경제포럼』 2019년 여름호 1~32면 참조.
  26. 백낙청은 ‘적당한 성장’이라는 개념을 통해 성장지상주의를 넘어 탈성장으로의 전환을 목표로 하되, 당장 양적 성장이 멈출 경우 가장 취약한 계층부터 혹독한 피해를 입으므로 얼마만큼의 성장을 어떻게 이루어나갈지를 연마해야 한다고 말한다. 백낙청 「기후위기와 근대의 이중과제」, 『창작과비평』 2021년 봄호 285~90면 참조.
  27. OECD의 2019년 성장전략 보고서는 법치주의, 반부패, 사법개혁을 신흥국과 일부 선진국의 성장을 위한 주요 개혁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OECD, 앞의 책 참조.
  28. 기회평등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OECD, 앞의 책; OECD, A Broken Social Elevator? How to Promote Social Mobility, 2018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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